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성추문 파문

며칠 전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습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어깨를 견주며 20세기 성악의 역사를 써 내려간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1980년대부터 총 27명의 여성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사실을 비밀로 하는 조건으로 50만 달러(한화 약 6억 원)에 해당하는 돈을 조합에 기부한다는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어 그의 명성은 날개를 잃고 추락하고 있습니다. 

도밍고의 성추문을 돈으로 덮으려 했다는 폭로를 담은 뉴스(variety)

이는 뉴욕타임즈가 미국 음악인 조합(AGMA)의 간부와 도밍고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폭로하면서 금전 거래의 정황이 드러났고, AGMA는 이 금전에 대해 "성폭력 방지 교육에 사용하려 했던 의도"라고 해명했지만, AGMA의 부회장 새뮤얼 슐츠가 3월 2일 사임하면서 제출한 사직서에 이 50만 달러를 "침묵의 대가"라고 폭로했습니다.

 

성악가뿐만 아니라, 예술감독, 지휘자, 후학 양성 (그리고 성범죄로) 활발히 활동한 플라시도 도밍고.

이에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WNO)는 이사회를 열고 '도밍고 - 카프리츠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에서 도밍고의 이름을 없애버리기로 결정하고 "카프리츠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으로 프로그램의 이름을 변경합니다. WNO의 이사 팀 올리어리는 이 결정에 대해 이사회 내에서 아무 이견이 없었다고 인터뷰를 하기도 하죠.

 

그런데 방구 낀 놈이 성낸다고,

WNO를 시작으로 자신의 고국 스페인에서도 도밍고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스페인 문화부는 지난달 조사 결과가 나온 후, 도밍고의 오페라 출연 금지시키는 강력한 조치 성명을 발표합니다. 이로 인해 5월 마드리드에서 예정된 도밍고의 출연이 취소됩니다. 그러니 나 이러한 결정에 도밍고는 다소 배신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facebook을 통해 스페인의 결정에 대해 '뭔가 억울'하다는 뉘앙스와 함께 자신이 지금까지 이뤄온 음악적 업적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하며, "허위 보도에 대한 추가적인 진술을 하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불쾌하게 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오페라 세계에서 반세기 동안 많은 것을 헌신하고 수많은 가수들의 경력을 홍보했다." 그리고 "사정이 허용되는 나의 다른 모든 약속을 이행할 것이다."라는 정신 못 차리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도밍고를 사랑했던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상처를 주고 안주고, 불쾌함을 느끼고 안 느끼고는 당신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야.)

 

분명 누군가의 존경을 받고, 누군가에게는 선망과 우상이 되었을만한 사람이 이런 추문 속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난 유명하니까 얼굴에 철판 깔고 계속 활동할 거야.'라는 식의 사과문 같지도 않은 문자질을 하고 있으니, 예술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억장이 무너집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150개가 넘는 배역을 맡으며 바리톤과 테너를 넘나드는 역량을 보여준 세계적인 '성'악가의 명언으로 오늘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쉬면 녹슨다(If I rest, I rust)."

 

당신이 평생 녹슬게 하지 않은 것은 당신의 성대 뿐만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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