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8 뮤지컬 <빅피쉬> 관람후기

안녕하세요! 배우적인 여러분!

 

저는 얼마전 코로나를 뚫고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막공을 맞이한 뮤지컬 <빅피쉬>를 관람하고 왔어요!

그리고.. 뮤지컬 <빅피쉬>를 통해 2020년 몇 안되는 관극 중 가장 성공한 관극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그럼 뮤지컬 <빅피쉬>가 꼭 다시 올라오길 바라며,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 본 리뷰는 '배우적인 느낌'의 개인적인 주관을 위주로 작성이 되었으며,

주관적 기억에 의해 재구성 되었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당신이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입니까?"

문득 돌아보면 우리는 '나'라는 존재보다 '누군가'로 불려지는 데 익숙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해피 엔딩을 위해 존재하는 조연이 아닐까 하시는 의심을 하기도 하죠. 분명 나는 '내 인생'이라는 이야기 속에 존재하지만 '내 인생의 주인공은 정말 나일까?'라는 의심과 함께 스스로가 내 이야기 속 나를 도려내고, 감추며 결말을 향해 달려가죠. 우린 언제부터 인생의 주인공에서 멀어지게 되었을까요?

 

우리 모두는 세상의 빛을 처음 마주한 순간 세상에 하나 뿐인 종이와 펜을 들고 '나'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삶'이라는 무대위에 등장합니다. 내 이야기의 확실한 각본/연출/주연은 모두 '나'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인생의 주인공은 수 많은 사건을 겪으며,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사랑과 관심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역경을 마주한 뒤 절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넘어진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곧 바로 일어나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아직 이야기의 초반이기 때문에 나는 언제든 새로운 이야기를 써서 내 인생을 해피엔딩으로 이끌고 갈 수 있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야기의 주인공은 혼자서 빛날 수 없습니다. 단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의 곁에는 '나'라는 주인공을 빛나게 해주는 수 많은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도 나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봐주고, 나의 이야기에 영감을 심어주며, 내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 나를 톱스타, 대문호, 위대한 연출가로 만들어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 '보조작가/조연출/조연'이 존재합니다.

바로 '가족'이죠.

 

 

 


이틀 전 보고온 뮤지컬 <빅 피쉬>는

 

'아들의 이야기를 빛나게 해주기 위해 죽기 전 까지 모든 영감을 전해준 한 남자의 이야기' 였습니다.

 

뮤지컬 <빅피쉬>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아들 윌은 전 세계를 누비는 세일즈맨인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의 '허풍'스러운 이야기를 어릴 때 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며 자랍니다. 에드워드에게는 죽음을 알려준 마녀 썰, 거인 칼 썰, 늑대인간 썰, 전쟁 독침 썰, 인어공주와 키스한 썰등 그의 인생에는 변주하면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썰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아들 윌은 아버지의 이야기에 눈을 반짝거리는 대신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틈만 나면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아버지의 모습에 진저리가 나게되죠. 어쩌면 너무나도 감성적인 아버지의 '썰들'을 들으며 자라왔기에 윌은 아버지의 터무니 없는 이야기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자'라는 이성적인 직업을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지나 윌의 결혼식 날, 아버지 에드워드는 아들이 결혼식장에서는 꼭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 윌의 아내 조세핀의 임신소식을 언제 약속했냐는 듯 모든 사람들에게 까발려버리죠.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던집니다. 결국 아들과 말다툼을 벌이고 난 후 아버지 에드워드는 쓰러져 입원을 하게되죠. 병세가 위독해진 아버지 에드워드의 마지막 앞에서 윌은 아버지가 해줬던 이야기의 진실을 밝혀내려고 합니다.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이상한 서류 하나가 드러납니다.  '제니 힐'이라는 여성과 아버지 에드워드가 공동으로 서명한 주택 서류를 본 윌은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가정을 꾸리려고 했다고 의심하고 제니 힐이라는 여자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제니 힐이라는 여자에게 이야기를 듣던 도 중, 윌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됩니다. 바로 아버지가 물에 잠길 뻔한 애쉬턴 마을을 구한 영웅이었다는 사실이었죠. 왜 아버지는 수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이 이야기를 빼놓고 아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을까요? 어쩌면 마을을 구한 영웅담을 말하려면 '제니 힐'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야했고 그 사실을 그대로 말하기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산드라와 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모든 이야기의 저변에는 아들과 아내에 대한 사랑이 드 넓은 수선화 꽃밭처럼 깔려 있었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온 행복이 진짜 행복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에드워드는 가족들의 이해와 사랑 속에서 한 마리의 '큰 물고기'가 되어 자신이 만들어 놓은 진짜 이야기의 강물 속으로 돌아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이번 <빅 피쉬>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포인트 중 하나는 '무대 위에 서있는 배우들이 정말 행복해보인다.'는 점이었어요. 

 

마지막 무대인사를 하기위해 올라와있는 배우들의 눈빛에는 정말 이 공연을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이 느껴졌고, 서로에게 의례적으로 하는 감사인사가 아닌 그 동안 무사히 공연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진정한 감사를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프로덕션의 전 과정에 녹아있는 따뜻함과 작품에 대한 애착이 무대 위의 배우들이 하모니와 앙상블을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요?

 

물론 영화를 무대로 구현했기 때문에 연출적인 부분에서의 한계가 분명 있었겠지만, 뮤지컬 <빅피쉬>는 영화의 판타지적인 요소를 무대 위의 일루전으로 잘 형성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에드워드가 산드라에게 고백을 할 때 펼쳐진 수선화 꽃밭은 무대위의 장관을 만들어냈고, 거인, 인어공주, 마녀와 같은 판타지 캐릭터들 또한 무대적인 약속하에 관객에게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죠. 판타지를 무대적인 약속 하에 잘 구현한 결과, 이야기 속 등장하는 앙상블들의 매력이 배가되었으며, 이를 통해 증폭된 드라마의 힘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뮤지컬 <빅 피쉬>의 음악들은 인물의 정서를 드러내고, 서로의 관계를 잘 드러내주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음악 그 자체로만 감상하더라도 드라마를 따라가기에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음악 속에 드라마의 진행이 많이 녹아 있는 작품의 경우, 음악과 드라마 둘 다 집중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뮤지컬 <빅피쉬>의 음악은 드라마에 환상적인 요소를 더하고 인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도구가 됩니다. 

 

모든 것들이 앙상블과 하모니를 만들어내지만 그 중에서도 '에드워드'를 맡은 배우의 역량은 작품의 완성도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1세대 뮤지컬 배우 '남경주' 배우님은 특유의 여유와 재치있는 연기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하고, 젊은 시절의 에드워드부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에드워드까지 폭 넓은 나이대의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에드워드가 작품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기 때문에 옆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산드라,윌,조세핀,돈 프라이스도 안정적으로 드라마 속에서 자신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뮤지컬 <빅피쉬>의 1막이 아버지의 이야기들을 병렬적으로 보여주는 구성이라면, 2막에서는 본격적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관람했기 때문에 작품 속 드라마의 개연성이 '듬성듬성'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에드워드의 마지막 이야기로 향하는 여정과, 이야기 속으로 돌아가는 것 처럼 보인 에드워드의 죽음을 표현한 연출은 드라마의 개연성을 떠나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순간, 무대위에 서있는 모든 배우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뿜어내고 있었으며, 무대 위의 배우들은 서로의 캐릭터에 진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관극을 한 경험이 몇 번 없었는데 빅피쉬를 관람한 뒤 '안 봤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다시 올라올 수 있을거라는 강한 확신과 꼭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강한 바램을 하며 극장을 나왔습니다. 오늘도 저는 유튜브에 박제된 영상들을 보며 빅 피쉬 앓이를 달래며 잠들도록 하겠습니다! 공연을 혹시 놓치신 분들이라면 유튜브에있는 영상들을 꼭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큰 물고기가 되어 돌아올 빅 피쉬를 기대하며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굿바이_빅피쉬

#돌아와_빅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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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적인 느낌(@feel_like_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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