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젠더 프리 캐스팅(gender free casting)

안녕하세요! 배우적인 여러분!

 

오늘은 인스타그램에도 소개를 해드린 바 있는 '젠더 프리 캐스팅(gender free casting)에 대해 고찰(?)까진 아니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끄럽게도 아직 저 스스로 '성', '성별', '젠더' 등에 대한 심도 깊은 공부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조사하고 알게 된 지식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을 수 있으니 함께 공부해보아요!


젠더 프리 캐스팅의 정의

 

보통 극 중 한 인물의 성별은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극 중 인물의 전형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며, 남성 배역 중심으로 흘러온 공연 예술계에서 어찌보면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이 꽤나 명확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공개된 캐스팅을 보는데 '똑같은 배역'에 서로 다른 '성별'의 배우가 캐스팅되어 있습니다. 혹은 지난 시즌에서 '여성'으로 캐스팅된 배역에 '남성'의 배우가 캐스팅되어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상적으로 '젠더 프리 캐스팅(gender free casting)'이라고 부른는 것 같습니다.

 

<광화문연가>의 월하에 캐스팅 된 정성화,차지연 배우/록키호러쇼의 송유택,전예지 배우

 

젠더 프리 캐스팅이란, 극 중 등장하는 역할에 성별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캐스팅을 일컫습니다.

즉, 극 중 등장하는 캐릭터를 '무성'의 존재로 본 일종의 '성 중립 캐스팅'입니다.

 

아직까지 학술적으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진 않았지만, 보통 젠더 프리 캐스팅은 아직까지 극 중 성별에 영향을 구애받지 않는 '신적 존재', '허구의 인물'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월하, 뮤지컬 <더 데빌>의 X, 뮤지컬 <록키 호러쇼>의 콜롬비아 등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의 모습과는 상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신적, 환상의 존재로 그 인물의 성별이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주요 요소가 되진 않습니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죠! 그 예외들은 아래 챕터에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젠더 프리 캐스팅의 시초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젠더 프리 캐스팅은 언제 처음 시작되었을까요? 

 

아까 윗 챕터에서 '젠더 프리 캐스팅'은 드라마의 흐름에 성별이 주는 영향이 미미한 경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드렸는데 예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예외가 어찌 보면 현대 뮤지컬이 확립된 후 배역의 성별이 바뀌는(gender-Bending, 이후에 추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헤롯왕'입니다.

원래 실제 '헤롯왕'을 알려진대로 '남성'입니다. 그리고 한국 라이센스 공연 당시 항상 '남자 배우'가 '헤롯' 역할을 해온 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죠. 하지만 당시 연출이었던 이지나 연출가는 헤롯을 여성 배우로 캐스팅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감행합니다. 그래서 2015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헤롯왕'은 '김영주'배우가 맡게 됩니다.

 

이에 이지나 연출은 한 인터뷰를 통해 '그로테스크(이상하고 괴이함)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과거 작품에서도 재벌 총수역을 여자를 남장시켜했다는 경험을 털어놓습니다. 

 

여기서 아까 위에 말씀드린 젠더 프리 캐스팅과 '지크슈'의 헤롯의 경우에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위에 언급해드린 월하, X 등은 모두 신적인 존재이며 성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영주 배우가 연기한 헤롯은 '여성'이 아니라, 여자 배우가 남자 인물(헤롯)을 남자로서 연기를 했다는 점입니다. 어찌 됐든 실존인물이기 때문에 성별을 바꿔가면서까지 극을 이끌고 나갈 이유는 적을 수도 있겠죠?

 

 

 

 

젠더 프리 캐스팅의 확산

그렇다면 갑자기 젠더 프리 캐스팅이 이슈가 되고,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시 연극계에서 시작된 미투(#metoo)사건이 불씨가 되어 성평등과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공연 예술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2030대 여성이 주 소비층인 뮤지컬 시장에서는 '남성'을 중심으로 한 극의 서사가 당연한 듯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오히려 '여덕'들을 몰고 다니는 여성 배우들이 점차 많아지게 됩니다. 모든 배우가 여성으로 구성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무모하더라도 여성 주인공이 서사의 중심에 놓여있는 <호프>, <레드북>, <마리 퀴리>등의 극이 많아짐과 동시에 굳이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인물은 과감하게 '성별에 제한 없는 캐스팅'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베르나르다 알바로 제 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영주 배우는 수상소감에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여배우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배우다."

"2년 전에 여자 10명만 나오는 공연이 한국에서 가능하겠냐고 의심했는데,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 준 우란 문화재단과 10명의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며 함께한 배우 1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합니다.

 

우리 사회는 그 2년 사이에 정말 많은 변화를 겪었고, 우리는 변화를 느끼며, 앞으로도 계속 변화해 나갈것입니다.

 

 

 

 

기타 관련 용어

 

영어권에서는 gender free casting이라는 단어보다는 gender-bending/gender-bent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말하는 'gender-bending'이란, 기존에 성별이 정해져 있는 배역이든 정해져 있지 않은 배역이든 기존에 연기한 배우의 성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다른 성별도 그 배역을 연기하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 사용하는 'gender free casting'이라는 말이 오히려 영어에서는 'gender-bending casting'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헤드윅과 이츠학 모두를 연기한 'Lena Hall'그리고 자신을 Cis Gender Nonconforming Gay라고 정체화 한 'Alex Newell'

가령, 존 카메론 미첼이 제작하고 연기한 <헤드윅>의 이츠학을 연기한 '레나 홀'이라는 여성 배우가 헤드윅 내셔널 투어에

서는 헤드윅 역할로 무대에 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뮤지컬 <원스 온 디스 아일랜드>에 등장하는 4명의 신들 중 하나인 Asaka라는 신을 초연 때 여성 배우가 맡았던 것과 달리, 리바이벌 공연에서는 'Alex Newell'이라는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자신의 생물학적 성에 불응하지만... 그렇다고 트랜스젠더는 아닌... (정말 어렵습니다.. 공부하겠습니다..) cis gender nonconforming gay man으로 자신을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해지는 세상만큼이나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시장은 다양해져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젠더'에 관련한 문제는 공연 예술계와 사회의 화두로 계속해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관객들 또한 기존의 공연에서 느낄 수 없는 요소들을 배역의 '성별'이 바뀌었다는 점 하나에서 재미와 새로운 느낌을 얻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파격적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점차 보편성을 가지고 익숙해지는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젠더 프리 캐스팅'의 확산은 공연 예술 시장의 다양성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에 대한 도전인 셈인 거죠. 저도 아직 많은 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심도 있게 이 현상과, 이 현상이 공연예술계에 가져올 미래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졌네요! 

 

아무쪼록 여러분들께 재밌는 글이 되었길 바라며,

코로나19에 지치고 힘든 공연예술계와 여러분들의 배우적인 하루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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